지름신 강림하사…

28만원에 매물이 다시 나왔다. 지난번 보다 3만원이 비싸게 나와서 맘이 아프다. 잘 쓰면 되는거지 뭐. 크기를 비교하기 위해 맥주캔을 옆에 놓고 같이 찍었다. 흔히 보이는 작은 캔이다. 생각보다 크기가 작다.

이제 필름에서 바로 원하는 색감으로, 원하는 사이즈로 이미지 추출이 가능해 졌다.

지난 필름에서 샘플로 스캔해본 결과물이다.

워낙 예전에 만들어진 스캐너라 XP에서 사용하기 위해 SCSI 드라이버 패치가 필요했고, VueScan 이라는 스캐너 프로그램 사용법을 익히느라 시간이 무려 세시간이나 걸렸다. 불행하게 이 프로그램 매뉴얼을 못 구했다. 아직 완벽하게 파악한건 아니지만 일단 어느정도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오는데까지 성공했다. 스캔 프로그램이 두어가지 더 있는것 같은데, 일단 이것부터 기능 파악 해보고 다른 걸 알아보자. 고마 자야겠다. 이제 롤당 현상료 1,000원만 내면 그날 오전에 맡겨서 오후엔 현상된 필름 찾을 수 있으니 필름으로도 맘껏 찍을 수 있게 됐다. 업체에 스캔 맡기는 것 보다 훨씬 맘에 들뿐 아니라, 결과물도 꽤 좋다.

우리 회사

월요일 출근 시간이 오후 1시로 늦춰졌다. 프랑스와 우리나라의 월드컵 축구 경기가 새벽 4시에 있는 날인지라 출근 시간이 그렇게 조정됐다. 참 좋은 회사다. 직원들 복지에 대해 상당히 배려를 해주는 편이다. 장사만 잘 되면 더할 나위없이 좋은데, 가장 중요한 것이 안되니 참 안타깝다. 그렇게 놀건 다 놀면서 돈은 언제 버냐! 고 하신다면 할 말이 없지만, 돈 못 번다고 사람답게 살면 안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안타까운 일이 하나 더 있다. 그 사이 누가 먼저 청주가서 스캐너를 구매해버렸나보다. 아쉽다. 괜찮은 조건이었는데. 하루만 더 기다려 주지.

스캐너가 없는 상황에서 필름을 막 찍을 수는 없어서 디지털 사진기로 이런 장난이나 하고 있다. 아… 아까비. 다시 또 장터 매복을 해야겠다.

나를 위한 변명

일 때문에 자주 마주쳤던 다른 팀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오늘 오더니 회사 옮긴다고, 섭섭하지 않냐고 묻는다. 왜 섭섭하지 않겠는가? 허허. 그 사람 얼마나 예쁜 아가씨인데. 자기 블로그 주소랑 MSN 주소를 알려주고 갔다.

개인 홈페이지, 싸이의 미니 홈피, 블로그 등은 직접 부대껴 보지 않더라도 그 사람의 됨됨이를 간접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외모라는 겉 껍데기를 배제한 순전히 글로써만 그 사람의 속을 살짝 들춰볼 수 있는 것이다. 그 양반의 블로그에 트랙백을 할까 하다가 그만 뒀다. 그 트랙백 하나로 그 사람의 인맥 네트워크와 내 블로그의 인맥 네트워크가 연결이 되어 더욱 넓어진 인맥 네트워크가 열리겠지만, 그러므로써 나는 더이상 내 블로그에서 지금만큼 솔직해 질 수 없으리라. 그 쪽은 내가 솔직해도 될 사람들이 아니지 않은가. 내가 무슨 소리를 하더라도 내 상황을 잘 알고 그런 내 마음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적어도 이해해보려고 시도라도 해주는 사람들이 아니지 않은가. 결국은 모르는 사람들에게 내 속내를 보여서 다치고 싶지 않다는 변명이지만서도… 아닌건 아닌거다. 원래 나는 그렇게 폐쇄적이고 외곬수이며 자기보호 본능이 강한 사람이다.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강요하지 말라. 충고는 고맙다. 다시 말하지만 강요는 말라. 설득은 좋다. 하지만 충고를 넘어선 폭언을 했을 시는 조용히 내 테두리 바깥으로 밀어내고 더 이상 마음을 여는 일 없다.

사람들은 세상을 무소의 뿔처럼 그렇게 혼자서 살아가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 의지해 살아가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기도 한다. 이렇게 저렇게 알게된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마주치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북경의 나비 날개짓이 뉴욕에 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카오스 이론처럼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어떤 우연이 내일의 나에게 무슨 영향을 미칠지 결코 알수 없다.

오늘 그렇게 나를 스쳐간 우연이 이제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런지 궁금하다.

렌즈 팔아치우다

NIKON COOLSCAN III LS-30. 이 필름 스캐너를 중고로 살 작정이다. 갈수록 업체에서 스캔해준 이미지가 마음에 안든다. 명부가 허옇게 날아가질 않나, 콘트라스트를 너무 줘서 암부가 보이지 않질 않나… 암튼 스캔을 직접 해야겠다. 25만원에 마침 매물이 나온게 있어서 기다리는 중이다. 거래가 될지 안될지 모르겠다만 된다면, 토요일에 청주 갔다올 생각이다. 그 양반이 직거래를 꼭 해야겠다고 해서라고 변명은 하지만 실은 일부러라도 다시 한번 다녀오고 싶었다.
그거 사려고 안쓰는 렌즈 죄다 팔았다. 번들이, 싸구려 28mm는 이미 어안렌즈 사는데 들어간 돈 땜빵하느라 팔아치웠고, 오늘 다시 어안렌즈도 산 가격에 2만원 더 얹어받고 팔아버렸다. 그 2만원은 배송 및 교습해준 대가라 생각하자. 해서 오늘 팔아치운 것까지 세보니 총 26만원이다. 스캐너 가격이 25만원이니 딱 만원 남는구만. 청주 다녀올 차비로 해야겠다.
어안렌즈 사간 사람이 펜탁스 사진기에 관해 아무것도 몰라서 펜탁스 수동 렌즈 사용법을 한참 설명 해줘서 서툴지만 사용은 할 수 있을 정도로 가르쳐줬다. 가서 사진기 설명서를 한번 꼭 정독해보라고 일러주고 오긴 했는데, 과연 그 렌즈를 잘 쓸런지 걱정이다. 사진기 설명서 만큼 좋은 사진 교본도 없다. 사진기 설명서는 사진기 사용법만 나온게 아니라, 사진촬영에 관한 기초적인 지식과, 여러 촬영기법을 이 사진기로는 어떻게 적용하는지에 관한 설명도 자세하게 나와있다. 설명서는 꼭 읽어보는게 좋다.

동해시의 재 발견

서과장님이 차를 사셨다. 시승식 겸 종환이와 서과장님 차를 타고 동해시로 1박 여행을 떠났다. 원래 금영형도 가기로 했으나 집에 일이 생겨서 불발.

일단 동해시로 들어서서 첫번째 목적지인 무릉계곡으로 들어섰다.

이 사진은 종환이가 찍어준 사진이다. 몇 안되는 내 사진.

삼각대 세워놓고 한장

쌍폭포였나… 이름이 가물가물하다. 역시 삼각대 세워두고 한장.

용추 폭포.

물이 참 맑다. 물고기 보이는감?

선녀탕을 가로지르는 다리에서 찍은 사진. 계곡이 무척 깊어서 내려다 보기가 아찔했다만 이렇게 보니 별로 아찔하지 않구먼.

우리 모두 저 물을 마셨다. 그러나 아무 효과가 없었다.

그날 저녁을 묵은 묵호항의 민박집. 주인 할아버지랑 할머니 두 분만 지내신다. 일박 하는데 딸랑 2만원. 비수기라 그런가? 하긴 전에 제주도 갔을때 성수기인데도 일출봉 앞에 사시는 할머니댁에 만오천 드리고 민박했던 적이 있다. 진짜 민박이라 그런가보다. 방도 깨끗하고, 다음에 또 기회가 있으면 여기 묵어야 겠다.

방을 잡고 나가서 조개구이를 먹고 오는 길에 이따 숙소에 가서 술안주로 쓸 회를 떴는데, 덴장 횟집 딸내미의 미인계에 넘어가 회를 비싸게 샀다. 그 먼곳까지 갔는데도 어째 횟값이 서울이랑 똑같냐.

민박집 앞은 바로 바다다. 간만에 본 밤바다였다.

민박집에 사는 고양이. 발정이 났는지 이녀석 밤에 애기 울음소리로 운다.

근처 식당에 가서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겼다. 대문 앞에서 주인 할아버지가 내 사진기를 알아 보신다. 할아버지는 펜탁스와 캐논 두 가지를 사용 하신다고 한다. 할머니랑 같이 사진 한장 찍어 드리고 싶었으나 방에 계신 할머니를 나오시게 하긴 뭐 해서 그냥 마음 속에만 담아 두기로 했다. 차 한잔 하고 가라는 할머니의 마음을 고맙게 받고 망상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망상 해수욕장으로 바다를 보러 가는 길에 등장한 등대. 길다란 방파제를 걸어서 등대를 보고 왔다.

뭘 말리는 걸까? 실은 이거 말고 저 쪽 포구에서 그물 손질에 열심인 아저씨를 찍고 싶었다. 하지만 미키광수의 사진은 찍지 마세요~ 초상권이 있거든요~~~ 가 떠 올라서 관 뒀다. 무척 아쉽다.

드디어 망상 해수욕장 도착. 이 곳은 기차도 지나간다. 망상역일까? 다음에 한번 기차를 타고 와봐야겠다.

음… 서과장님 분위기 있다. 실은 갑자기 밀려온 파도에 양말이 젖어 망연자실하고 계시는 중이다. 하핫!

마침 여기서 필름 한롤을 다 쓰고 새 필름을 갈아끼울려고 보니, 아차… 필름을 차에 두고 와버렸다. 작정하고 바다엘 왔건만 바다 사진은 그래서 이게 전부다. 안타깝다.

마지막 여정지인 천곡동굴. 종유석이 대롱대롱 달려있는 석회동굴이다.

ISO 400 필름은 딸랑 한통 가져왔는데 어제 밤에 반정도 쓰고 남은 컷은 망상 해수욕장 가면서 다 써버리는 바람에 어쩔수 없이 동굴에서는 ISO 100 필름으로 찍었더니만 대부분 노출 부족으로 건질만한 사진이 몇장 없다. 어안렌즈 팔아버리고 필름 바디나 하나 더 사서 고감도 필름을 따로 껴서 써야겠다.

동해시가 이리 볼거리가 많은지 몰랐다. 계곡, 동굴, 해수욕장, 항구 어느 것 하나 놓칠게 없더구먼. 특히 무릉계곡이 있는 두타산과 망상 해수욕장은 다시 한번 와 봐야겠다.

이번 여행에는 접때 산 제니타 어안렌즈를 가져갔다. 주변부가 외곡되어 보이는, 예를 들어 첫번째 사진이나 세번째 사진 등이 제니타 어안렌즈로 찍은 것이다. 음… 이 렌즈 재밌는 사진을 만들어 주기는 하는데 광량이 부족할 경우 화질이 무척 구린게 흠이다. 별로 마음에 안든다. 이건 팔고 10만원 안쪽에서 필름 바디나 하나 더 사야겠다.

동물원

저번달에 종환이랑 다녀온 과천 서울 대공원 사진을 지금에서야 올린다. 4호선 사당역에서 네다섯 정거장만 가면 동물원에 갈 수 있다. 공기 좋고 조용하니 참 좋다. 물론 동물원 안은 뛰어다니는 아이들로 북적북적하다. 하지만 곳곳에 조용히 앉아서 한숨 돌릴 수 있는 벤치가 많이 있으니 사람들로 부대낄 걱정은 안해도 된다.

운좋게 이 흰 공작이 깃을 펼치는 모습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운이 없기도 했다. 이 넘이 날아오르는 멋진 순간을 잡았으나…. 셧터 속도를 확보하지 못해서 이리 망쳐부렀다. 독수리 사육장이 해를 등지고 있어서 그늘이 짙게졌다. 아까비…

하지만 동물원엘 가면 동물 친구들 보는 것 보다는 이렇게 동물원 뒤로 나있는 산책로를 따라 한시간 가량 산책하는 것을 더 좋아라 한다. 동물원 뒷산이 청계산이다. 공기 참 좋고 풀냄새가 향긋하다.

이렇게 도로가 나 있지만 차가 다니지 않는다. 이 길을 따라 죽 걸으면 된다.

저 아카시아 꽃잎 따먹으면 달달하니 맛있는데…

산책길을 따라가면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연결된다.

노래하는 사람. 뭐라 웅얼웅얼 알수 없는 노래를 한다. 미술관엘 가면 맨 먼저 반기는 이 곳의 명물이다. 아, 물론 그림 보러 전시관에 들어간 적은 학교 다닐때 숙제 때문에 딱 한번, 그 후론 들어가 본 적이 없다.

나들이를 마치고 노량진 수산 시장엘 들렀다.

새우 만원어치를 사서 오븐에 구워 먹으면 둘이서 맥주 한잔 하면서 배 두드릴수 있다.

동물원 나들이 끝.

영화 클래식

오늘 영화 클래식을 봤다. 가슴이 참 먹먹하다. 조승우씨야 연기 잘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제야 손예진이나 조인성에 대한 선입견(연기도 못하면서 외모로 유명하다)이 깨졌다. 손예진은 얼마전에 종영된 연애시대라는 드라마에서 이미 다른 사람으로 보였다. 이제는 연기 참 잘하는 배우로 보인다(미안하다. 이제까지 못 알아봤다). 아무튼 영화 무척 좋다. 상영관에서의 흥행은 실패했다고 하더라. 왜 그랬을까… 그때 걸린 다른 영화에 묻혀버린건가. 잘 모르겠다. 나도 이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는 손예진과 조인성에 대한 선입견이 있던 때였기에 그저 그러리라 지나쳤었다. 하지만 오늘 TV에서 해준걸 보고나니 다시 한번 이 영화를 보고 싶다.
영화 화면도 무척 공을 들였지만 영화 음악도 참 좋다. 파헬벨의 캐논으로 시작한 영화가 한성민의 사랑하면 할수록으로 마무리를 지을 동안 중간에 흐르던 델리스파이스의 고백, 베토벤의 비창,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 까지.

마지막 크레딧이 올라갈때 흐르던 한성민의 사랑하면 할수록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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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에서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도 그렇고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흐르던 이등병의 편지, 부치지 않은 편지 등 참 좋아했던 김광석씨의 노래들이 가끔씩 영화에 삽입되어 나올때마다 무척 안타깝다. 계속 살아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은 노래들을 더 불러줬을까.

제니타 16mm f2.8 어안렌즈

장터에 깨끗한 MX가 올라오지 않았나 들어갔다가 발견한 렌즈다. 러시아제 수동렌즈로, 옆구리에 적힌 FISH-EYE 라는 글자, 바로 어안렌즈다. 16mm 답게 필카에 마운트 해 보니 엄청난 외곡의 초광각 세상을 보여준다. 퇴근길 집 아래 중앙대 부속 병원앞에서 흑석동 사는 귀여운 아가씨한테 15만냥 주고 분양받았다. 엉뚱하게 이걸 사는 바람에 a28mm 하고 DA18-55mm 번들이는 팔려나갈 운명에 처했다. 디카에서 번들이만큼 저렴한 18mm 광각렌즈는 없기 때문에 그냥 가지고 있었는데 번들이는 단렌즈 영입후로 거의 사용치 않던 참이고, 더구나 주로 사용하는 사진기가 디카에서 필카로 바뀐 후로는 정말 쓸일이 없어져서(번들이의 18-28mm 영역은 필카에서 비네팅이 발생한다) 어차피 방출될 운명이었다. a28mm 도 필카 살때 딸려온 싸구려 정체불명 28mm 렌즈로 어떻게든 대체할수 있기 때문에 어안렌즈 사면서 들어간 돈을 메꾸기 위해 팔 작정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다. 없으면 없는대로! 이제껏 나를 버티게 만든 나의 생활신조다. 두 녀석을 팔면 18만원 정도 받을수 있으니, 어안렌즈 사느라 들어간 돈 15만원에서 3만원이 남는군. 그 3만원은 낼 여행비로 쓰면 되겠다.

낼 동해시로 서과장님의 새차를 타고 종환이랑 일박 여행을 간다. 가서 어안렌즈가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 보고 오련다.

사람들

오늘 몇 사람이 새로 입사했다. 그리고 그전에 그 수만큼의 사람들이 회사를 떠났다. 회사가 어려워서 제의가 많이 들어오는 걸까, 아님 자기가 원해서 다른 회사를 알아보는 걸까. 어쩌면 둘 다 일지도 모르겠다.

종환이가 들은 바로는 넥슨에 우리팀 개발자 두명이 입사지원을 했고, 그 두명이 나와 금영형일거라는 추측을 했다고 한다. 생뚱맞게 게임 회사? 글쎄, 난 당연히 아니고, 금영형도 아니라고 했으니, 그리고 찬호과장님의 성격으로 봐서는 그러지 않을것이기 때문에 우리팀은 아니다. 다른팀 얘기가 와전된 것이리라. 엊그제의 P사도 그렇고, 올해 초에 들어온 몇 군데의 원서 써보라는 얘기들을 보면, 밖에서 보기에도 우리 회사가 참 어렵긴 어려운것 같다.

그렇게 들고 나는 사람들을 보면 위기감도 느껴지지만… 위기는 기회다. 그리고 난 여기가 좋다. 잘 됐으면 좋겠다.

이직이라…

일단 결론부터 얘기하면 안한다.
그렇다구…

제의를 받고 마음을 굳히고 나니, 괜히 마음이 뒤숭숭해서 금요일에 퇴근하면 바로 역으로 가서 강릉행 밤기차를 끊고 여행을 갈 생각이었다. 내키지 않는 토요일 동아리 창립제 행사를 빼먹을 구실도 되기에. 하지만 접때 관악산 가서 사진 찍어준 금영형 후배가 고맙다고 술을 산다고 해서 인사동가서 술만 진탕 먹었다. 그 결과 아침에 극심한 갈증으로 인해 잠에서 깨고 나서는 내내 화장실 가서 뱃속을 게워내기를 십여 차례, 누우면 구역질이 나 눕지도 못하고 등에 쿠션을 기대고 앉아서 잠을 청해보지만 숙취로 인한 두통으로 머리가 지끈거려 잠도 깊이 못들고 갑자기 울컥 넘어오는 구토로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점심 때가 훌쩍 지났다. 완전 기진맥진해서 쿠션에 기대 어여빨리 몸이 정상을 찾기만 바라고 있었다. 어제 금영형은 잘 들어갔을까. 흑석동까지 같이 와서는 집에 꼭 가야겠다고 기어이 다시 택시를 타고 갔는데… 저녁때가 지나서야 겨우 몸을 좀 추스려서 누룽지 좀 끓여서 먹고, 이렇게나마 흔적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