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X

PENTAX KX + K55.8 을 신X카메라에서 12만원에 샀다. 하판에 약간 눌린 자국이 있는 것 말고는 상태가 무척 좋다. 생각지도 않게 K렌즈가 생겼다.

생산 기간이 1975~1977로 나보다 나이를 적어도 한두살은 더 먹은 녀석이다. 혹, 동갑일수도? 동조속도 1/60, 셔터 B, 1 – 1/1000, 가로주행 기계식 포막 셔터에 심도 미리보기, 셀프타이머, 미러업까지 되는 펜탁스 기계식 수동 바디중에서 최고급 사양이다. 당시 월급쟁이들의 두세달치 월급을 줘야 살수 있는 카메라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허헛, 내가 산걸 보면 알잖은가. 6, 7만원이면 살 수 있다.

완전 기계식인지라 전지가 다 닳아도 셔터가 작동한다. 전원은 노출계를 작동시키는데만 사용되므로 전지가 닳아 노출계가 죽더라도 경험으로 대충 노출을 잡고 촬영을 계속 할 수 있다. 셔터음이나 셀프 타이머 작동 소리를 들어보면 시계 태엽 풀리는 소리가 난다. 순전히 스프링과 톱니바퀴에 의해서만 구동이 되는 것이다. 그 옛날에 어찌 1/1000 초 셔터 속도를 구현 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시간이 30년도 더 흘렀으니 지금은 완벽히 1/1000 초가 나오진 않겠지만 이번에 테스트로 슬라이드 필름으로 찍어본 바 크게 노출계에 오차가 있다거나 셔터가 느려졌다거나 하는 문제는 없더군.
잘 쓰던 super program을 다 팔고 kx를 사겠다고 맘 먹은것은 완전 기계식에다 미러업 기능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였다. 별 사진을 한번 찍어 보고 싶어서 완전 기계식바디가 필요했는데 kx는 mx에는 없는 미러업까지 되는 것이었다. 완전 내가 원하는 기능의 종합판이었다. 더구나 이런 기능들을 다 갖고 있는 녀석이 고작 10만원도 안한다니. mx는 요즘 삼성에서 펜탁스 dslr을 가져다 파는 바람에 펜탁스 사용자가 갑자기 늘어버려서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른터라 사기엔 너무 부담이 됐다. 아니, mx + m50.7 조합이 20만원을 넘기는데, 난 도저히 그 돈주고 못산다.
디지털 장비는 온도차에 민감하다. 3월에 덕유산 올라갔을때 DS2 를 가져갔는데, 산 정상서 일몰을 몇장 찍다 보니 사진이 저장이 안되는 것이었다. 겨울산에서 dslr들이 정상 작동하는 온도 범위를 넘어서면 이런 증상이 있다는 얘기는 익히 들었는데 내가 그런 일을 겪을 줄은 몰랐다. 하긴 수동 명기라는 니콘 FM2도 내부 윤활유가 얼어버리는 바람에 셔터 작동에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그건 정말 혹한의 경우였고, 단순한 기계식 수동이 예민한 디지털보다 그럴 확률은 훠얼씬 적다.

자, 아래 사진들은 충무로 샾에 가서 KX를 수령하고 근처 현상소에 필름 3롤 현상 맡기고 작업 끝나길 기다리다가 옆에 남산 한옥마을에 잠깐 가서 찍어온 사진들이다. 여기 한옥마을은 중고등학교 시절을 충무로에서 살았던 어떤 애가 자신의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얘기해주면서 여기저기 보여줬던 곳 중의 하나다. 그땐 어두운 밤이었는데, 지금 하늘은 너무나 새파랗다.

테스트에 사용한 필름이 관용도가 좀 큰 입문용 슬라이드 필름이긴 하지만, 어쨌든 슬라이드다. 크게 노출이 이상한 사진은 없는걸 보니, 노출계, 셔터, 모두 이상 없이 잘 작동한다.

super program 팔때 a50.4 렌즈를 같이 팔아버릴까 고민중이다. 50mm, 55mm 거의 비슷한 화각의 렌즈를 굳이 두개나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지…만 서도 50.4 렌즈도 무척 훌륭한 렌즈라 아쉬움이 많다.

KX, a50mm, fa100mm MACRO, tokina 19-35mm | agfa precia CT 100 | LS-30
남산 한옥 마을, 200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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