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대한 짧은 생각

퇴근할때 주로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을 타고 집으로 간다. 해가져서 어둑한 고속도로를 3차선으로 달리고 있는데 서초IC로 빠지는 지점이 얼마 안남은 즈음 저 앞에 4차선으로 달리던 포터가 갑자기 비상등을 켜더니 3차선을 반쯤 물고 달리다 다시 4차선으로 복귀했다. 왜 저러나 싶어 그 쪽을 유심히 보니 맙소사, 갓길에 대리운전기사 차림으로 보이는 사람이 서초IC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그 구간 갓길이 유달리 폭이 좁아 위험하기 짝이 없는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걸어온 걸까. 양재IC에서 들어온 걸까…

하지만 그 순간 무엇보다 궁금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 저런 위험천만한 길도 걸을 수 있게 했을까? 였다.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소방관을 비롯해서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에는 위험한 직업들이 많고 다들 각자의 이유로 내 몸을 던져가며 그 일을 하고 있다. 개인의 신념이나 사명감 같은 고차원적인 것일 수도 있고, 나에게 의지하고 있는 가족과 같은 일차원적인 것을 위해서일수도 있다.

어렸을 때 꿈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현재의 나는 개발자로 밥벌어 먹고 살고 있으므로 그 꿈을 이룬 편이다. 하지만 그 꿈이란것도 해당 분야의 경력이 쌓이면서 점점 더 전문화된 영역으로 세분화 되고 가보지 못한 영역에 대한 욕심과 미련으로 항상 아쉬움이 남고 마음 한구석이 여전히 불만족스럽다. 하물며 꿈과는 다른 분야의 일을 하고 있거나 현재의 업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또는 동료나 직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하루하루가 오죽 고달프겠는가. 어찌보면 밤 늦게까지 반복되는 야근을 꾸역꾸역 해 내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수많은 직장인들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면, 더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한 경력 쌓기가 됐든 다른 직종으로 전업을 하기 위한 자금 마련이 됐든 다양한 이유로, 몸의 위험에 못지 않은 정신적으로 힘들고 지치는 고달픈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몸이 힘들든 마음이 힘들든 힘든건 힘든거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걸 기꺼이 하고 있는 걸까. 사회제도나 나라별 문화에 따라 이 힘듦은 강도가 다르다고 한다. 선진국들은 개인의 시간이 더 여유가 있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더 많고, 훨씬 합리적이고 정의롭다고 여러 다큐멘터리에서 얘기하더라. 하지만 사람 사는곳이라면 어디든 나랑 맞지 않는 동료도 있고 혹은 하고 싶었던 일과는 다른 일을 하고 있다든지 다양한 원인으로 인한 힘듦이 존재한다. 조엘 온 소프트웨어를 보라. 이는 비단 IT 개발직종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닐 것이다. 만약 개인이 이러한 것들로 힘들어 한다면, 선진국들의 사회 제도나 문화가 이 힘든 것을 감소시켜 주는 삶의 여유를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근본적인 해결을 하려면 전직을 하거나 이직을 하기 위한 노력과 준비를 해야 하고 실행으로 옮겨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인것 같다. 결국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전직이나 이직을 함으로써 발생하는 그에 따르는 책임과 위험은 개인의 선택의 문제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고 다 사람 사는 근본적인 고민은 어디나 똑 같다는 거다. 결국 마음먹기에 따라 천국과 지옥 혹은 연옥이 결정이 되는게 아닌가.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이유로 이 힘듦을 버텨내고 각자의 방식으로 해소하려 한다.

속 얘기도 편하게 주고 받는 친구 같은 동생과 오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그 친구가, 예전엔 자신을 바꾸려 하는 사람을 튕겨 내버렸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 보려 한다고 했다. 무척 좋아하는 친구인데 그 친구의 매력은 그렇게 자신의 색이 강하다는 점이다. 나는 회색인간인지라 나에게 부족한 부분에 대한 동경인지도 모르겠다. 그 친구의 고민을 알고 있던 터라 그 얘기에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자신의 고유한 결을 바꾸어보려는 시도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했지만 인생에 정답이 어디 있겠는가. 선택한 것이 틀렸다면 정답으로 가는 길이 조금 더 명확해진 것 뿐이다. 조금 더 행복해지기 위해 나도 계속 나만의 방법을 찾고 있고, 그 친구도 마찬가지인 거지. 모두가 다 그런거 아닌가. 나는 이런 방법을 했더니 효과가 좋지 않더라 혹은 좋더라고 얘기는 해 줄수 있을 지언정 그게 타인에게도 정답은 아닌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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