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스마트폰 사용이 어렵고 무뚝뚝하고 고집불통에 다혈질인 노인네. 그런 아버지가 지난 크리스마스에 서하에게 손수 만든 카드와 편지를 보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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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아날로그 방식으로 지난 추석때의 추억과 마음이 전달됐다. 내 기억속의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이런 살가운 표현을 한 적이 없다. 스마트폰을 다루질 못하니 어머니에게 보낸 사진들도 잘 보지 못하고, 그나마 태어난지 일년만에 지난 추석때 처음 보게 된 손녀가 그 후로 무척 그리우셨나보다.

서하가 언젠가 이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리고 나중에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리고 더 나중에 이 내용을 공감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이 녀석이 과연 어떤 얘기를 할 지 궁금하다.

지난 추석 이후의 서하 사진들을 추려서 프린트했다. 이걸 이번 설에 가져다 드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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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장이 넘는 사진을 출력하는데 밤 새 걸렸나보다. 조금 오래된 프린터가 다행히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고 밤새 잘 일해 주었다.  아날로그가 편한 분이니 진작에 찍을때 마다 조금씩 보내드릴걸, 미처 생각 못했네.

모자 이후로 다시 쉬엄쉬엄 한달 동안 뜬 목도리도 서하에게 두르고 다시 오랫만에 본가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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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도리도 서하에게 제법 잘 어울린다. 모자와 목도리까지 모두 장착한 사진을 찍지 못해 예전에 찍어둔 목도리 완성 사진만 우선 남겨놓는다.

아버지 못지 않게 살갑지 못한 나도 이렇게 모자를 뜨고 목도리를 뜨는걸 보니, 자식은 정말 대단한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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