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하가 점점 자라니 서하와 한 두 발자국 더 떨어져서 찍어도 배경을 적당히 날리고 싶어서 50mm 화각의 렌즈를 기웃거려봤다. 현재 d700에 mf 50.4가 있긴 하지만 mf로 움직이는 서하를 찍는건 괴로운 일이라… 다나와에서 찾아보니 신품가 28만원짜리 마포 올림푸스 25.8과 12만원짜리 FF 니콘 af-s 50.8d가 맘에 드는데, 이 둘의 배경날림 차이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해졌다. 마포가 잘 안날아가는건 당연지사이겠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마포 15.7 렌즈를 써 보니 배경날림이 제법 예쁘더라고. 더구나 서하랑 같이 다니려면 아직은 짐도 많고 최소 손 하나는 자유롭지 못해서 이왕이면 마포 쪽이 더 끌린다.
아래 사이트에서 두 화각의 렌즈를 시뮬레이션 해 봤다. 조건은 인물과의 거리 1.5m, 배경과의 거리 10m 에서 상반신 샷.
FF 50.8
마포 25.4
마포 25.8
시뮬레이션 결과 배경날림에서는 50.8 을 못 따라 간다. 하아… 마포에서 배경날림은 이다지도 힘든거냐.
수치적으로 계산을 하는 방법이 뭔가?
아래 페이지가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을 해 준 편이서 여기 내용을 좀 인용해 보겠다.
http://www.marcuswinter.de/archives/1703
Figure 2: Basic quantities for bokeh calculations:
a – object distance
b – image (sensor) distance
f – focal length
A – lens aperture
w -sensor size
d – size of booked disk
d ≈ A * f / a = f ^2 / aNf
출처 : http://www.marcuswinter.de/archives/1703
파란선은 피사체가 a위치에 있을 때, 빨간선은 피사체가 무한대 거리에 있을 때(위의 시뮬레이션으로 보자면 파란선은 아가씨, 빨간선은 뒤의 시내 배경이라 보면 된다), d가 보케의 크기 이다. 보케 크기가 배경날림 정도와 어느정도 연관성이 있다고 보이므로 이 값을 배경날림의 정도로 보자.
식에 따르면,
조리개 구경이 넓거나(또는 조리개가 1.4일수록 유리하겠지), 초점거리가 길거나, 피사체와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보케가 커진다 혹은 배경이 많이 흐려진다.
이를 마포와 FF에 적용해 보면 아래와 같다.
출처 : http://www.marcuswinter.de/archives/1703
센서 사이즈가 작아질 경우, 화각을 동일하게 하기 위해서(화각 세타)는 초점거리가 그 만큼 작아져야 한다. 여기서는 f’이 마포, f는 FF 로 보면 되겠다.
따라서, 동일 화각으로 같은 거리 a의 피사체와를 같은 거리 배경으로 상반신 인물을 찍는다면, 위의 그림 상 동일 조리개직경 A에 대해 마포 25는 50.8d 보다 초점거리 f가 줄어들게 되어 아무리 해도 50.8d 보다 배경 흐림이 좋아질 수가 없다.
다른 조건은 그대로 두 되, 동일 조리개직경 조건을 빼고, 동일 조리개 값 N으로 조건을 변경해 보면,
조리개값 N = 초점거리(f) / 조리개직경(A)
출처 : http://fantasy297.tistory.com/212
(위 출처에서는 N을 F라 표현하고 있는데 맨 위 출처 글과 맥락을 맞추기 위해 여기서는 N이라 바꿔 부르겠다.)
N은 위의 fantasy297 블로그에서 설명했듯이 무차원수이므로 초점거리(f)가 줄어든 만큼 조리개 직경(A)이 작아지게 되어(실제로 마포 25.8 렌즈는 크기가 무척 작다), 배경 흐림 정도가 50.8d보다 못하다.
이를 직접 손으로 그려 봤다.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동일 화각 세타에 대해 마포는 센서 크기가 FF보다 작기 때문에 바디도 작게 설계 할 수 있고, 위의 그림처럼 동일 화각에 같은 광량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초점거리가 짧아진 만큼 훨씬 작은 조리개구경으로도 충분하게 되며 이는 렌즈의 소형화와 연결이 되어 결국 전체 시스템의 크기가 무척 작아지는 효과가 생긴다. 이는 휴대성의 극대화라는 마포 시스템의 뛰어난 장점중 하나이다.
마포 25.4는 아니고 15.7 렌즈라 FF 50.4와 직접적인 비교는 아니지만, FF는 렌즈 구경부터 해서 바디 덩치까지 부피가 상당하다. 더군다나 저 덩치 무게는 어쩔…? 한손으로 서하 안고 다른 한 손으로 저 덩치 들고 다니려면 장난 아니다.
마포가 내 기준으로 배경을 날리는 용도로는 좀 부족하지만, 서하와 함께 나들이 갔을 때 편하게 사진기를 휴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살을 내주고 뼈를 취했다고 하면 너무 극단적인가.
니콘 50.8d보다 마포 올림푸스25.8을 택하는게 오히려 배경이 잘 안날아가는 덕분에 덩달아 서하와 어디를 함께 갔는지 배경에 잘 드러나므로 나쁘지 않은 선택일것 같다.
마포 25.8도 이론상 피사체에 더 가까이 가면 경우에 따라 니콘 50.8d 만큼의 배경날림이 가능하나 50미리 화각으로 같은 상반신을 찍는다면 가까이 갈 수 있는 최소거리 제약이 있기 때문에 25.4로 상반신을 찍더라도 딱 25미리 만큼의 배경날림만 가능하다
여기서, 배경이 얼마나 아름답게 흐려지느냐는 별개 문제다.
그렇다면, 동일 초점거리 동일 최대 개방에서 니콘 50.4d와 대구경 시그마 50.4 art의 배경흐림 차이는 왜 발생하는가?
시그마 art가 배경흐림 해상도 보케 등의 처리를 더 좋게 하기 위해 특수 렌즈가 더 들어갔고 렌즈가 많아져서 그 만큼 어두워지니 광량 보정을 위해 구경을 키워 광도를 더 세게 하는 건가? 아니면 구경이 큰 건 단순히 해상력을 높이기 위함인가… 추측이다. 이건 좀 더 자료를 찾아보고 보충하는 걸로.
배경을 휙휙 날려서 서하 사진을 예쁘게 찍는게 목표로 바뀐다면, 마포는 깔끔히 포기하고 d700에 시그마 50.4 art 버전을 들이는게 최대 효과를 얻겠다. 가성비를 따지더라도 d700에 50.8d 를 택하는게 낫다.
2016.06.13 추가 : 여기서 설명하는 내용도 좋다. http://blog.envision.co.kr/32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