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산

금요일 퇴근하고 배낭을 꾸려 함허동천 야영장에 다녀왔다. 드디어 구매한 릴리즈를 사진기에 연결해 두고 주기적으로 찰칵거리는 셔터음을 들으면서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삼각대 헤드는 꽝꽝 얼어서 꼼짝않고 사진기는 허옇게 서리가 내렸다. 릴리즈는 아직 동작 중인데, 사진기는 배터리가 방전되었는지 동작을 멈췄다.

하지만, 집에 와서 사진들을 열어보니, 밤새 찍은 것이 아니고 대략 40분동안 1200 장 정도 찍고 멈춰버렸네. 완충된 배터리가 아니긴 했지만, 여튼 배터리 하나로 중간 사이즈의 jpg를 1200장에서 1500장 정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바디와 세로 그립 모두 배터리를 완충하고 찍는 다면,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찍을 수 있지 않을 까 하는데, 배터리 소모를 좀 더 줄여서 더 긴 시간을 촬영할 수 있는 설정을 연구해 봐야 겠다. 길어야 2시간은 너무 짧다.

#1.

#2.

밤에 야영장에 도착했는데 사람이 없는 한적한 윗쪽의 야영동을 가는 길이 꽝꽝 얼었다. 아이젠을 가져오지 않아서, 스틱만에만 의지해 올라가기에는 위험해 그냥 바로 옆에 있는 축구장 한 귀퉁에 짐을 풀었다. 하지만 길가라서 이른 아침부터 등산을 하는 사람들의 말소리 고함소리에 시끄러워 더 이상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밤 사이 들렸던 바람에 굴러가는 나뭇잎 소리는 어느새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소음에 묻혀 버렸다. 겨울산에 아이젠을 두고 오다니. 이래서 급하게 짐을 꾸리면 안돼…


#3.

눈 사이 삐죽삐죽 솟아 있는 마른 풀들. 눈은 모든 것들을 덮어버려서 이 아래가 돌밭인지, 흙밭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4.

눈은 이렇게 사물의 경계를 하얗고 모호하게 만들어 버려서 깨끗하게 정화 시켜버리는 착각을 하게 한다. 녹으면 본 모습이 다 드러나는 눈 속임인데 말이다.

날이 계속 흐려지고 눈발이 거세져서 적석사만 얼른 둘러보고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5.

적석사에 도착하니 흐렸던 날은 맑게 개었고, 눈도 그쳤다. 이 곳은 차로도 올 수 있는 곳이지만, 경사가 급해서 길이 얼면 차가 오를 수가 없다. 중턱에 차를 세워두고 열심히 걸어 올랐다. 오르고 보니 나 혼자 였지만 이전에 다녀간 여러사람들의 흔적이 많이 남았다. 고즈넉한 겨울 산사의 분위기를 만끽했다.

#6.

아주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면 저 나무들이 마치 운동장의 잔디를 보듯이 빽빽해 보이겠다는 생각을 한다. 빽빽한 갈색 풀밭이라…

#7.

겨울 산의 대나무 잎은 항상 정갈하고 맑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8.

다들 자기 깜냥 만큼의 눈을 지고 있다.

#9.

가끔은 깜냥보다 더 버거운 짐을 짊어질 때도 있긴 하다.

om-d e-m5, m.zuiko 12-50 1:3.5-6.3 ez

끝.

마니산”에 대한 2개의 생각

  1. 한동안 사이트가 없어져서 당황했었는데, 혹시나 해서 와보니 복구가 되었네요.

    추운데 몸 건강하시고, 연말 마무리 잘 하시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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