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엔 kubuntu 9.10이 발표된다. 11월엔 opensuse 11.2가 발표된다. 둘다 최신 버전의 KDE를 탑재한 배포판이다.
유닉스 계열 운영체제를 사용하게 되면 사용자는 선택의 자유가 무진장 많다. 크게는 어떤 배포판을 쓸 것인지, 어떤 데스크탑 환경을 사용할 것인지, 어떤 파일 시스템을 사용할 것인지, 어떤 음악 재생기를 사용할 것인지, 어떤 PIMS를 사용할 것인지 등등 너무 많아서 무엇을 사용할 지 고민이 될 지경이다. 내 경우 처음엔 선택의 폭이 너무 넓어 무척 혼란스러웠지만, 이것 저것 사용하다보니 좋아하는 환경이 생겨서 그 것만 주욱 사용해왔다.
최소 2년 이상 사용했던 것들만을 기억해보니 데비안, FreeBSD, ubuntu 순으로 바이너리 배포 환경에서 소스 배포환경으로 갔다가 다시 바이너리 배포환경으로 돌아왔다. 돌이켜 보니, 나는 잘 패키지된 바이너리를 가져다 쓰는게 좋지, 시스템 전체를 소스로 빌드하는건 체질이 아니었다. FreeBSD를 잘 사용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vmware 지원이 끊기고, java를 사용해야 할 상황이 되다 보니, 아무래도 리눅스쪽을 기웃거리게 되었다. 그래서 프비와 비슷한 환경인 젠투를 잠깐 사용했었으나… 우연히 회사 후배가 건네 준 우분투 시디, 헛… 세상에나, 데비안 보다 더 게으름뱅이로 만들어주는 배포판이라니! 거의 완벽한 기본 설정으로 내가 할 일도 거의 없고 4월, 10월엔 항상 새 릴리즈를 내 놓아서 데비안을 버리고 프비로 가게 만든 따분함까지 없애주는, 이건 뭐 이제까지 사용해 본 것들 중 가장 최고였다. 그러는 중에도 변하지 않는 한가지가 있었으니, 바로 데스크탑 환경이다. 항상 그놈만 사용해 왔었는데, 이유는 주로 KDE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불만은 이랬다. MS 윈도우 느낌의 UI, 초창기의 QT 라이브러리 라이센스 문제, 한글 지원 문제. 그래서 난 그놈의 리듬박스로 음악을 들으며 파폭으로 인터넷을 뒤지고 그놈 터미널로 숙제를 했더랬다.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해서 몇년을 더 일할 때 까지도 이 조합은 결코 변하지 않을 줄 알았다. 회사에서 아이팟 터치를 강매 당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오랫동안 사용해온 이 조합이 깨진건 쌩뚱맞게도 아이팟 터치가 생기면서 부터다. 아이팟에 mp3를 넣기 위해 아이튠즈를 설치하다 보니, 음… 언젠가 부터 버전업이 안되고 있는 리듬박스와 비교가 되기 시작했다. 아… 요런 눈깔사탕 같은 음악 재생기를 쓰고 싶다!!! 뒤져보니 다들 아마록을 추천하고 있었다. 아놔… 이건 KDE잖아… 아마록 하나 땜에 KDE 관련 라이브러리들로 내 순결한 그놈 데스크탑을 더럽힐순 없지!!! 그런데 아마록도 자꾸 궁금하다. 함 깔아볼까… 이것이 시작이었고 결정적인 한방으로 인해 완전히 KDE 환경으로 넘어가고 말았으니 바로 Konsole 이다. 아마록을 깔면서 딸려들어온 Konsole을 우연히 실행해 보게 되었는데, 그놈 터미널에는 없는 요상한 기능이 있는 것이다. 이름하여 창 나누기! 한 터미널 안에서 가로 세로 창이 나뉜다. 마치 vim으로 가로 세로 창 나눠서 편집 하듯이… 더군나다 한 탭에서 타이핑 하는 내용을 나머지 탭들에게 전파하는 즉, 나머지 탭에도 동시에 입력을 해 주는 별 희한한 기능이 다 있는 것이다! 탭을 여러개 열어두고 창을 여러개로 나눈 다음 ssh로 여러 장비에 접속을 해 두고 얘기한 동시 입력 기능을 사용하면 한 탭에서 한번 타이핑한 명령을 나머지 장비에도 동시에 타이핑 해주는 것이다!!! 아… 기발한 아이디어가 KDE 곳곳에 넘쳐나고 있었다. 상용 OS를 쓰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드는 세련되고 잘 다듬어진 색 배치와 위젯들은 급기야 그놈 배포판인 우분투를 버리고 KDE 배포판인 kubuntu로 갈아타게 만들었다.
그런데 kubuntu엔 한가지 취약점이 있었으니, 바로 데스크탑 환경과 배포판과의 완벽하지 못한 통합성이다. 우분투 계열은 상당히 커스터마이징이 많이 된 배포판 중의 하나이다. 예를 들어 root 계정이 없다! 이런 환경에서 데스크탑 환경이 배포판과 통합이 잘 되어 있지 않으면 뭔가 설정을 바꾸기 위해서는 이것저것 직접 손으로 만져야 하는 번거러움이 따르게 된다. 그래서 우분투는 완벽하게 그놈과 통합성을 이루도록 손질을 엄청나게 잘 해놨다. 그렇지만 쿠분투는 우분투보다 후발 주자인지라 아직까지 그 경지에는 못 이른 것이다. 회사 업무를 위해 윈도우 공유폴더를 사용하기 위해 삼바 설정을 하다가 삼바 패키지와 배포판과의 통합이 완벽하지 못해 시스템 설정 프로그램에서 삼바가 원하는 대로 설정이 안되는 쿠분투에 불만이 폭발하기에 이르렀다! KDE 데스크탑과 완벽하게 통합성을 갖춘 배포판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첫번째 후보는 맨드리바였다. .com에서 돈을 받고 일하는 프로들의 손길로 매만져진 배포판의 편리함과 심미성에 이미 길들여진 나는 순수 커뮤니티 배포판은 성이 차지 않는 지경이 되었다. 음… 맨드리바 좋다. 근데 이것 저것 설정을 만지다 보니, 돈을 내고 사용해야 하는 상업용 패키지로 업그레이드 하라는 상황을 자주 만나게 된다. 끄응… 이거 은근 짜증 나네. 다른 넘을 보자 하고 찾은게 이번엔 Novell 의 opensuse 이다. 물론 이것도 상업용 배포판이 따로 존재한다. 하지만 맨드리바처럼 노골적으로 돈을 내라는 요구는 하지 않고 커뮤니티 차원의 패키지 관리도 무척이나 활발했다. 시스템은 바위처럼 튼튼하고, KDE 데스크탑 환경과의 완벽한 통합성은 아주 훌륭했다. 작년 말부터 쓰기 시작했으니 11개월 정도 되가는데 딱히 나무랄데가 없다. 녹색 계열의 일관된 배색은 상당히 예쁘고 세련된 느낌이다. 기본 시스템 패키지는 안정적으로 천천히 버전이 올라가지만, 커뮤니티에서 관리되는 xorg, KDE, open office 같은 개별 패키지들은 상당히 최신 버전으로 활발히 업데이트가 되고 있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11월 12일엔 KDE4.3.1 이 탑재된 opensuse 11.2 가 정식으로 릴리즈 된다. 현재 알파 버전인 opensuse 11.2 Milestone 7 버전을 사용중인데 여기엔 KDE4.3.1이 탑재되어 있다. KDE4.1에서는 KDE3.x대의 어플리케이션과 아직 혼재 되어 있는 것들이 좀 있었다. 같은 프로그램이 3.x 대와 4.x대가 별도로 있는 것이다. 그러던 것이 KDE4.3 에 이르러서는 기존 KDE3.x 대의 어플리케이션들이 4.x 대의 라이브러리를 쓰도록 거의 다 변경이 된것 같다. 11월 12일이 아주 기다려 진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저는 우분투를 사용중인데 글을 읽고 나서 한 30초 정도 opensuse로 바꿔볼까 고민했답니다. 크크크.
일단 9.10 으로 올라가고 나서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겠네요.
글 제목이 참 마음에 드는군요. 좋은 하루 되세요.
네, 저도 이번에 릴리즈 되는 오픈수세 만큼이나 쿠분투 새 릴리즈도 무척 기대가 됩니다. 회사에서 사용하는 데스크탑엔 여전히 쿠분투를 사용중인데 alpha 버전으로 올려 말어 갈등을 때리는 중입니다만, 만약 뭔가 문제가 생기면 업무에 지장이 생기는지라 차마 실행은 못 하고 있네요. ^^; 6개월마다 마치 새 장난감이 생기는 기분이랄까요?
김재호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