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던 날

아… 눈이 멋지네~ 미스타! 충무로 어디 있나?
아, 이건 그냥 취미인데요?
그래? 그럼 무슨 일 하는데?
컴퓨터 프로그램 맹글어요.
아… 컴퓨터 프로그램… 내 큰 아들은 문예창작과를 나왔다네. 미스타! 내 얘기 좀 함세.
예?
오늘 큰 아들한테 전화를 했어.

세상은 참 공평하지가 않은것 같아.
어머니, 하느님은 세상 사람들에게 다 공평하시대요.
다만 너무 멀리 계시기 때문에 복을 인편(人便)으로 보내신다네요.
그런데 그 복을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편으로 보내신대요.
어머니가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그 복을 받을 수도, 못 받을 수도 있어요.

미스타, 내 오늘 미스타를 만나 너무 행복하네!
그 취미, 평생 버리지 말게나.
네,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조심히 가세요.

친구네 동네서 안녕 인사를 하고 나서 내리는 눈을 정신없이 찍고 있는데 내 어머니뻘 되시는 아주머니가 지나다 말을 걸었다.
뜬금없이 자기 얘기를 하시는 아주머니가 처음엔 이상했는데, 정말 진지하게 아들과의 통화 내용을 얘기하길래 가만 듣고 보니, 그 아주머니의 아들이라는 사람, 역시 글쟁이구나 싶게 정말 어머니를 잘 위로해 드렸다. 이 아주머니, 누군가와 무슨 안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아무튼, 나한테 그 얘기를 하시는 표정이 무척이나 편안해 보였다.
소복히 내리는 눈이 사람들 마음까지 행복하게 만들어주나 보다.

아주머니, 오늘은 저한테 무척이나 행복한 날이었답니다. 아주머니도 행복하세요.

*ist DS2, K55mm | digital n/a | digital n/a

눈 오던 날”에 대한 2개의 생각

  1. 하핫~ 질문을 많이 당하지 않아요~ 첨엔 그 아주머니 가볍게 인사만 하고 가실줄 알았는데 통화내용을 정말 진지하게 얘기하시는 바람에 나도 당황했어요. 포근하게 내리는 눈이 사람들을 묘하게 바꾼것 같아요~ 갑작스레 내린 눈 때문에 길이 많이 막히긴 했어도 지나는 사람들 얼굴이 다들 들떠 있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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