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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부부가 탄 차도 낡은 픽업 바로 뒤에 섰다. 포드 픽업의 높은 좌석에 앉아서 그녀는, 픽업 트럭 뒤칸에 덮인 검은 방수천 밑으로 옷가방과 기타 케이스가 스페어 타이어 바로 옆에 묶여 있는 것을 보았다. 뒤창문에 빗물이 흘러내리고 있긴 했지만, 그의 머리가 조금 보였다. 그는 소지품 상자에서 뭔가 꺼내려는 듯 몸을 기울이고 있었다. 8일 전 그는 그렇게 하면서 그녀의 다리를 스쳤었다. 그리고 바로 일주일 전, 그녀는 디모인으로 가서 분홍 원피스를 샀었다.
저 트럭은 집에서 아주 멀리 왔구만. 번호판이 워싱턴주로 되어 있는데. 여자가 운전을 하나봐. 머리가 길잖소. 아냐, 아냐. 다시 생각해보니 아마 카페에서 사람들이 이야기하던 그 사진 작가라는 사람 같구만.
리처드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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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초 가량 그들은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가 바로 앞에, 그녀에게서 겨우 1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프란체스카는 아직도 감행할 수 있었다. 차에서 내려 해리의 오른쪽 문으로 뛰어가, 배낭과 아이스박스와 삼각 다리 위로 올라가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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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녀는 책임감에 꽁꽁 얼어붙어 앞 트럭의 뒤창문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평생토록 무엇을 이렇게 집중해서 쳐다본 적이 없었다. 해리의 왼쪽 깜박이에 불이 들어왔다. 다음 순간, 그는 사라져버렸다. 리처드는 트럭의 라디오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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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중.
일이 손에 잡히진 않았지만 느즈막하니 사무실에 앉아 있다 왔다. 어차피 집에 가도 딱히 할 것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텅빈 집에 혼자 있을 기분은 더더욱 아니었다. 천천히 짐을 챙겨서 버스를 타고 흑석동에 내리니 비가 부슬부슬 온다. 가방에서 우산을 찾았지만 아차… 어제.
그렇게 가랑비를 맞으며 집엘 올라가다가 뜬금없이, 퍼붓는 장대비에 와이퍼가 연신 왔다갔다 하는데 앞의 트럭을 뚫어지게 쳐다 보며 차문 손잡이를 꼭 잡고 있던 메릴 스트립이 생각났다. 그 영화, 그 장면에서 참 많은 생각을 했더랬다. 어쩌려구, 뛰쳐 나가면 남겨질 남편은 어쩔건데, 그렇다고 안내리면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또 어쩔건데.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쉴새없이 퍼 부으며 시야를 가려준 빗물이 오히려 내가 다 고마울 지경이었다.
나도 말은 그리 했지만, 돌아올 사람이 아니란건 안다. 올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왔다. 어차피 둘 중 하나는 다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둘 다에게 천사가 될 수는 없다.
그래도… 기다려 볼거다. 믿어 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