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캐너 가라사대

필름은 최대한 접촉을 피하라. 먼지와 긁힘은 필름의 최대 적이니 한번 스캔할때 필름에서 뽑아낼 수 있는 최대한 많이 데이터를 추출하고, 그렇게 추출한 raw 데이터를 보정에 사용할지니.

현재 입수 가능한 스캔 프로그램은 세가지. nikon scan, silverfast, vuescan. 니콘 스캔은 기본 번들 프로그램이다. 니콘의 DSLR과 같은 색감의 이미지를 추출해 준다. 별로 맘에 안든다. 단지 스캐너 작동 여부 테스트용으로 몇번 사용해보고 말았다. 실버패스트는 시리얼 번호를 구하지 못해 데모용으로 밖에 사용이 안된다. 구버전용 시리얼은 많이 돌아다니는데 최신 버전용은 안보인다. 구버전은 LS-30을 인식하지 못해 무용지물이다. 일단 실버패스트는 사용보류. LS-30에서 뷰스캔은 잘 작동하고 기능도 충실하다. 주력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뷰스캔의 batch 스캔 기능으로 한꺼번에 얻어낼 수 있는 최대 이미지는 6컷이다. 이 6컷에 대해 raw 데이터를 추출하고 인덱스 이미지를 만들어 디스크에 저장한다. 인덱스 이미지를 보고 맘에 드는 컷만 다시 해당 raw 파일을 뷰스캔에서 읽어서 먼지 제거와 스크래치 복구 및 필름 종류별 프로필을 적용 후 원본 tiff 파일을 생성한다. 생성된 원본 이미지를 포토샵에서 보정 후 jpeg 으로 변환해서 인화업체에 전송하거나 웹에 게시한다.

이상이 며칠 이 LS-30 필름 스캐너를 가지고 궁리한 최적의 워크플로우다. 문제는 디스크 용량이다. 현재 윈도우 XP가 돌고 있는 PC에 물려있는 디스크가 60GB인데 여유공간이 1.5GB 정도 밖에 안남았다. 배치 스캔시 생성되는 raw 데이터가 한 파일당 78MB 정도 된다. 필름 한 롤당 24컷에서 36컷 내외므로 최대 2.8GB 정도가 필요하다. 마음 같아서는 이 raw 파일들을 같이 저장해서 보관하고 싶지만 용량 때문에 안되겠다. 원본 tiff 까지 생성한 후 raw 파일은 삭제를 해야겠다.

자가스캔이 좀 불편하긴 하지만 최대한 촬영 당시의 이미지에 더 가깝게 재생할 수 있어 좋다. 업체에 스캔을 맡기면 내 느낌대로의 이미지가 아니라 업체의 오퍼레이터의 느낌대로의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스캔료 3,000원을 지불하고 편리함을 누릴것인가, 불편하지만 내 느낌대로의 이미지를 만들것인가는 알아서 선택하라.

정식형이 그런 질문을 했다. 어차피 디지털로 스캔할 거, 처음부터 DSLR을 사용하지 뭐하러 귀찮게 필름을 사용하느냐.
음… 이건 순전히 개인의 취향이다. 난 값비싼 1:1 DSLR을 사용할 형편은 안되니 훨씬 저렴한 1:1.5의 크랍 DSLR을 사용한다. 하지만 10만원이라는 그보다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필름 SLR을 구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에 1:1 바디를 맛 볼 수 있다는게 첫번째 이유다.
두번째 이유는 필름에 묻어나는 아날로그의 느낌이 좋다. 필름의 입자감과, 필름 메이커별 고유의 발색은 디지털인 스캐너로 스캔을 하더라도 그대로 묻어난다. 사진기 메이커별 렌즈에 따른 고유의 발색과 필름 메이커별 고유의 발색의 조합은 DSLR이 만들어주는 이미지와는 다른 미묘한 느낌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 이 미묘한 느낌 차이는 필름이 갖는 풍부한 계조도 한 몫 한다. 필름은 DSLR의 CCD보다 색 분포 정도가 훨씬 세밀하다. 물론 스캐너의 CCD도 필름에 빛을 쬐여 그 색을 읽어 내는 것이므로 결국 스캔시에 잘려나가는 색 정보가 생기기 마련이지만…

1:1에 집착하지만 않는다면 크랍 DSLR은 더할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필름만이 주는 묘한 매력은 한번 빠지면 빠져나오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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