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때문에 자주 마주쳤던 다른 팀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오늘 오더니 회사 옮긴다고, 섭섭하지 않냐고 묻는다. 왜 섭섭하지 않겠는가? 허허. 그 사람 얼마나 예쁜 아가씨인데. 자기 블로그 주소랑 MSN 주소를 알려주고 갔다.
개인 홈페이지, 싸이의 미니 홈피, 블로그 등은 직접 부대껴 보지 않더라도 그 사람의 됨됨이를 간접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외모라는 겉 껍데기를 배제한 순전히 글로써만 그 사람의 속을 살짝 들춰볼 수 있는 것이다. 그 양반의 블로그에 트랙백을 할까 하다가 그만 뒀다. 그 트랙백 하나로 그 사람의 인맥 네트워크와 내 블로그의 인맥 네트워크가 연결이 되어 더욱 넓어진 인맥 네트워크가 열리겠지만, 그러므로써 나는 더이상 내 블로그에서 지금만큼 솔직해 질 수 없으리라. 그 쪽은 내가 솔직해도 될 사람들이 아니지 않은가. 내가 무슨 소리를 하더라도 내 상황을 잘 알고 그런 내 마음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적어도 이해해보려고 시도라도 해주는 사람들이 아니지 않은가. 결국은 모르는 사람들에게 내 속내를 보여서 다치고 싶지 않다는 변명이지만서도… 아닌건 아닌거다. 원래 나는 그렇게 폐쇄적이고 외곬수이며 자기보호 본능이 강한 사람이다.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강요하지 말라. 충고는 고맙다. 다시 말하지만 강요는 말라. 설득은 좋다. 하지만 충고를 넘어선 폭언을 했을 시는 조용히 내 테두리 바깥으로 밀어내고 더 이상 마음을 여는 일 없다.
사람들은 세상을 무소의 뿔처럼 그렇게 혼자서 살아가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 의지해 살아가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기도 한다. 이렇게 저렇게 알게된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마주치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북경의 나비 날개짓이 뉴욕에 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카오스 이론처럼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어떤 우연이 내일의 나에게 무슨 영향을 미칠지 결코 알수 없다.
오늘 그렇게 나를 스쳐간 우연이 이제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런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