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세탁기

매그니파이어란게 있다. 뭐하는 놈인고 하면 일종의 뷰파인더용 돋보기라고 보면 된다. 돋보기 대고 사물을 보면 훨씬 크고 자세히 보이지 않던가. 그 돋보기를 뷰파인더에 대고 보는거다. 1:1 필름 SLR에 비해 1.5 내지는 1.6배 크롭 바디인 DSLR들은 뷰파인더가 좀 좁다. 그래서 좀 더 넓고 자세히 뷰파인더를 보기 위해 매그니파이어란 것을 붙인다. 펜탁스의 istD 시리즈는 니콘이나 캐논의 동급 DSLR들에 비해 뷰파인더가 무척 넓은 편이긴 하지만 수동 렌즈를 쓰는 나에게 광각 쪽 렌즈를 쓸 때 초점을 잡기가 좀 곤란한 경우가 가끔 있다. 그래서 kps 란 매그니파이어를 사려고 폼 잡고서 주문전에 빨래나 돌리자 하고 세탁기에 빨래를 넣고 왔다. 하지만 오늘 빨래를 돌리는게 아니었다.

빨래 넣고 방에 와서 의자에 앉으니 어디서 삑삑 거리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린다. 아 씨… 세탁기가 뭔가 문제가 있다고 삑삑거리고 있었다. 미친 세탁기가 자꾸 급수 이상이라고 빨래 돌리길 거부한다. 보니 물이 반쯤 차다 말았다. 근데 이게 가만 보니 계속 수위가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얼래? 배수 호수를 한번 빼봤다. 아놔… 급수와 동시에 배수가 되는 황당한 상황이었다. 후배가 두고간 족히 20년은 되어 보이는 이 대우 세탁기가 드디어 미쳐버린 것이었다. 혹 내가 고칠 수 있으까 하고 세탁기를 뒤집어봤다. 젠장… 세탁기는 내 전공이 아니었다.

집 아래 중고가전센터가서 세탁기 하나 갖다달라고 했다. 아씨… 8만원. 매그니파이어 사려고 했던 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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