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실 – 찔레꽃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 고픈 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밤 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하얀 발목 바쁘게 내게 오시네
밤 마다 보는 꿈은 하얀 엄마꿈
산등성이 너머로 흔들리는 꿈

엄마 엄마 나 죽거든 앞산에 묻지 말고
뒷산에도 묻지 말고 양지쪽에 묻어 주

비 오면 덮어 주고 눈 오면 쓸어 주
내 친구가 날 찾아도 엄마 엄마 울지 마

울 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기럭기럭 기러기 날러갑니다
가도 가도 끝도 없는 넓은 하늘을
엄마 엄마 찾으며 날라갑니다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시골집 뒷산길이 어두워질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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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홉, 열살 때 였을 것이다. 그 날은 오랫만에 부모님과 함께 외할머니 댁에 가는 길였다. 외할머니는 목포서 15분 정도 배로 들어가는 압해도라는 섬에서 홀로 지내셨다. 외할머니가 사시는 집은 압해도 선착장에서도 한 시간정도 버스로 시골길을 달려야 가는 곳이었다. 그렇게 한나절을 외할머니댁에서 보내고 저녁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외할머니는 다시 목포로 떠나는 막차를 타는 사위와 딸을 그리고 외손주들을 신작로까지 나와서 배웅 하셨다. 덜컹 거리는 시골길을 버스는 달리기 시작했고, 뿌연 먼지 속에서도 외할머니는 그렇게 혼자 서서 손사래를 치고 계셨다. 얼마쯤이나 달렸을까. 버스 안의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 어린 나이에도 왜 그렇게 이 노래가 서럽게 들리던지… 지금도 그 날이 또렷히 기억난다.

우리 외할매… 그렇게 외롭게, 외롭게 지내시다 소천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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