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와 같은 것을 좋아한다면 참 좋겠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어느 추운 겨울 늦은 밤, 따스한 히터가 켜진 버스 뒷자리에 나란히 앉아 퇴근을 하는 것이다. 창 밖엔 흰 눈이 소복히 내리고, 드문 드문 자리를 채운 손님중엔 따스한 히터 기운에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람도 한둘 있다. 라디오에선 정태춘 박은옥씨의 사랑하는 이에게 정도가 흘러나오면 더욱 좋겠다. 서로 많은 말이 필요치는 않을 것이다. 그냥 이 조용하고 따스한 분위기를 즐기면서 서로의 어깨에 기댈 수만 있으면 그만이다.
버스가 궁상 맞는가? 미안하다. 나한테는 현재 차가 없기 때문에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이 버스 밖에 없네. 지하철은 내리는 흰 눈을 볼 수도, 정태춘 박은옥씨의 사랑하는 이에게를 라디오로 들을 수도 없기 때문에 제외했다.
다른 어떤이가 본다면 초라하고 구질구질해 보일 수도 있는 이 소망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하고 편안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말 그러길 간절히 바란다.
가을을 앞둔 어느 늦 여름 밤에.